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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나우] 트럼프는 ‘제2의 미국 독립’에 성공할까

1812년 미군이 영국령 캐나다를 쳐들어갔다. 영국 해군이 미국인 선원을 강제 동원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항구 봉쇄를 통한 무역 방해에 대한 반발이기도 했다. 캐나다를 병합하려는 욕심도 작용했다.   미국인들은 독립을 선언한 지 36년이 지났지만, 국제사회가 여전히 미국을 제대로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분노했다. 그들은 미군이 온타리오 호수를 넘어 북쪽으로 가기만 하면 해방을 바라는 현지인이 열렬히 환영할 것이라 착각했다.   전쟁은 결정적 우위 없는 일진일퇴 공방을 거듭했다. 민병대가 주축인 미군은 훈련이 부족했고 영국군도 방어적 자세로 일관했다. 미영전쟁의 향배를 가른 것은 나폴레옹이었다.   나폴레옹은 1812년 막강한 프랑스 육군을 이끌고 러시아를 침공했다. 하지만 혹독한 추위와 질병으로 대부분의 병력을 소진한 채 철수해야 했다. 영국은 미영전쟁에 더 많은 병력을 투입할 여유가 생겼다.   영국은 숙련된 보병을 미국으로 보내 수도 워싱턴을 점령하고 백악관을 불태웠다. 미군도 격렬하게 저항했다. 1814년 9월 13일 볼티모어의 맥헨리 요새에서는 하루가 넘는 영국의 함포사격에도 성조기를 지켜냈다. 이로부터 미국 국가 ‘성조기여 영원하라’가 탄생했다.   전쟁 지속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양국은 얼마 후 종전에 합의했다. 미국은 전쟁 과정에서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해안봉쇄로 조선업과 무역에 의존하던 뉴잉글랜드 경제는 마비상태에 빠졌다. 면화와 담배를 수출하던 남부 경제에도 타격이 가해졌다.   전쟁의 긍정적 효과도 컸다. 앤드루 잭슨 장군은 뉴올리언스 전투에서 큰 승리를 거둬 남부지역으로 미국의 영역을 확장했다.   영국의 무역봉쇄로 보호효과가 나타나 섬유·철강 등 제조업의 성장기반이 마련되었다. 수출이 막힌 면화도 국내 면직업에서 활로를 찾았다. 어려운 전쟁 기간 미국판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영국도  미국을 차츰 대등한 파트너로 받아들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시점이 미국의 ‘제2의 독립기념일’이 될 것이라 말했다. 1812년 전쟁 당시와 같이 미국 산업을 보호해성장 기반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관세부과로 제조업을 국내로 불러들이고 외국인의 직접투자도 늘리려 한다.   19세기 초 미국은 산업의 태동기였다. 만들기만 하면 국내에서 판로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20세기 미국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어 해외로 이전했다. 관세 부과 이후에도 중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여전히 강하다. 제조업 부활의 앞날이 먼 이유다. 김성재 / 소아정신과 전문의마켓 나우 미국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미영전쟁의 향배 제조업 부활

2025-04-03

[마켓 나우] 트럼프의 ‘명백한 운명’은 성공할까

1846년, 미국 제11대 대통령 제임스 포크는 리오그란데강 근처로 군대를 급파했다. 10년 전인 1836년, 멕시코는 텍사스를 잃었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누에세스강과 리오그란데강 사이 지역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누에세스강을 국경선으로 간주했다. 미군의 진입에 맞선 멕시코의 대응으로 충돌이 발생해 미군 11명이 전사했다.   포크는 “미국인의 피가 미국 땅에서 흘렀다”고 의원들을 선동하며, 복수를 위한 의회의 전쟁 선포를 촉구했다. 그에겐 더 큰 계획이 있었다. 포크는 1845년 언론인 존 오설리번이 처음 제시한 ‘명백한 운명’(Manifest Destiny)을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실천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됐다. 오설리번은 북미 전체에 자유와 자본주의를 퍼뜨려야 하는 미국의 신성한 소명을 믿었다. 미국이 서부 땅을 차지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포크는 광대한 서부 지역을 멕시코로부터 빼앗기 위해 전쟁이 필요했다. 2년여 진행된 전쟁 중 미군은 대부분 전투에서 압승했다. 종전 후 미국 영토는 거의 30% 늘어났다.   미국의 팽창은 계속됐다. 1898년 쿠바의 아바나 항구에 정박 중인 미 해군 전함 메인호에서 의문의 대폭발이 일어나 선원 260명이 사망했다. 미 언론은 사건 배후로 쿠바를 식민 지배하는 스페인을 지목하는 음모론을 퍼뜨렸다. 쿠바는 당시 스페인에 독립을 요구하고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유약하다”고 서술한 스페인 대사의 서신이 유출되기도 했다. 스페인에 대한 미국 여론은 급격히 나빠졌다. 윌리엄 매킨리 미 대통령은 전쟁을 선언했다. 미국 해군은 스페인 선단 대부분을 격침했다. 스페인은 몇 달 만에 항복했다. 이 전쟁으로 미국은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와 태평양의 괌·필리핀을 차지했다. 같은 해 하와이도 병합해 명실상부 해상 강국으로 떠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이 그린란드를 매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런 발언은 트럼프를 영토 확장을 꾀하는 ‘명백한 운명’ 지지자로 보이게 한다.   트럼프가 단순히 영토를 넓히는 ‘제국주의적 팽창주의’만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트럼프가 진정 목표로 하는 것은 제조업 경쟁력이 막강한 산업국가 미국의 부활이다. 산업화를 통해 국력을 길렀던 19세기적 어젠다의 복귀다.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인 관세 인상과 감세 정책은 둘 다 산업화에 맞닿아 있다. 하지만 산업화는 글로벌 공급망이 아시아 위주로 재편된 현 상태에서 달성하기 어려운 과제다. 오히려 달러화의 국제적 지위마저 흔들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김성재 / 퍼먼대 경영학 교수마켓 나우 트럼프 운명 도널드 트럼프 스페인 선단 스페인 대사

2025-03-26

[마켓 나우] ‘권불십년’ 안 통하는 테슬라 배터리의 야망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권불십년(權不十年)” 같은 말은 10년 단위의 중요성을 일깨운다. 그렇다면 5년은 무슨 의미일까. 일단 5년은 10년의 중간점검을 요구한다.   5년 전 배터리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되면서 자동차 제작사들은 배터리를 자체 개발·생산하는 ‘배터리 내재화 전략’을 경쟁적으로 발표했다. 자율주행·휴머노이드 분야를 선도하지만,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한 테슬라는 2020년 9월 22일 ‘배터리 데이’에서 4680 배터리를 비롯한 혁신 비전을 공개했다. 4680은 직경 46㎜, 높이 80㎜의 중대형 원통형 모습을 하고 있다. 그날 테슬라는 또한 연간 1TWh(테라와트시) 규모의 배터리 셀 생산을 목표로 하는 ‘테라 팩토리’ 개념을 제시했다.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많은 전문가가 테슬라의 비전을 ‘현실성 없는 망상’이라고 혹평했다. 특히 기대를 모았던 ‘100만 마일 배터리 기술’의 발표가 불발돼, 행사 당일 테슬라 주가는 약 10% 하락으로 마감했다. 테슬라에 대한 의구심이 시장을 지배했다.   5년 동안 테슬라는 세계 톱 7위권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로 발돋움했다. 여전히 테슬라를 ‘사기’로 모는 비판도 있지만, 단일 폼팩터로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낸 사례는 4680이 유일하다. 기술 혁신에 더해 실행력과 비전을 입증한 결과다.   테슬라는 4680 양산에 성공하며 배터리 산업의 경쟁 구도를 바꿨다.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제조 비용을 낮춰 전기차의 대중화를 앞당기는 데 기여했다. 테슬라 따라 하기에 나선 경쟁사들은 외부 공급망 의존에서 벗어나 배터리 자체 생산 역량을 강화했다. 이는 전기차 시장의 성장과 맞물려 배터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했다.   앞으로 5년은 어떻게 될까. 전기차 시장은 2030년까지 연평균 2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테슬라의 기술 혁신은 이 흐름을 선도하는 핵심 동력이다. 경쟁 우위 요소로는 독자적인 폼팩터 설계, 내재화된 공급망, 그리고 지속적인 R&D 투자가 꼽힌다. 4680 폼팩터는 전기차뿐 아니라 메가팩 같은 대규모 에너지 저장 시스템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테슬라는 세계 배터리 제조사 톱3에 드는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도 있다.   배터리 데이 이후 5년은 회의론과 싸워 이긴 승리의 역사였다. 남은 5년은 이 성과를 바탕으로 배터리 산업의 패권을 쥐느냐, 아니면 새로운 위기에 직면하느냐를 결정짓는 시기가 될 것이다. 물론 기술적 난제가 쌓여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추진력을 고려하면 테라 팩토리의 꿈은 결코 멀지 않다. 박철완 /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마켓 나우 권불십년 테슬라 배터리 제조사이기도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 기술

2025-03-19

[마켓 나우] 글로벌 금리 인하가 몰고 온 채권 투자 기회

글로벌 채권시장에 변화의 바람이 분다. 통화 긴축 사이클이 마무리되며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하에 나섰다. 미정부의 광범위한 관세 부과 정책은 선진시장과 신흥시장, 미국의 동맹국과 경쟁국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 투자 기회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과 강도에 달렸다.   미국과 신흥국의 채권이 주목받고 있다. 역사적으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긴축 후 완화’ 국면은 채권 시장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우호적 환경에서 미국 장기국채, 우량 등급 크레딧 채권, 주택저당증권(MBS) 등의 절대수익률, 즉 자산의 실제 수익이 높았다. 무위험지표금리(RFR), 즉 신용 위험이 없는 무위험 자산을 기준으로 산출되는 금리와 변동성 측면에서는 미국 중·단기 국채, MBS, 우량 등급 크레딧 채권 등이 유망하다. 신흥국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 완화와 선진국들의 금리 인하를 바탕으로 실질금리를 플러스로 유지하며 점진적으로 통화완화에 나설 것이다. 특히, 콜롬비아·멕시코·헝가리·폴란드·필리핀 등이 자국의 통화 안전성과 재정 건전성을 고려하여 완화 정책을 펼칠 것이다.   대부분의 신흥국은 안정적인 경제 성장률에 더해 견조한 대외수지와 탄탄한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불안정성에 대한 우려는 과거보다 줄었으며 신흥국들은 자본 유치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대부분 신흥국의 대외채무가 GDP의 30% 미만을 기록하는 등 신흥국의 순대외채무는 과거 경제 위기 때보다 훨씬 낮아졌다.   신흥국의 국채 발행 규모가 증가할 전망이며, 이들 국가에 자본 유입은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특히, 중국·인도·한국·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국은 팬데믹 기간 누적된 부채의 차환(기존 부채를 새로운 부채로 대체)을 위해 내년 국채 발행량을 최대 68%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급성장한 신흥국들의 회사채 시장은 현재 미국 하이일드 채권 시장과 유사한 규모로 확대되었으며, 선진국 회사채 대비 높은 수익률을 제공하고 탄탄한 신용 펀더멘털을 갖추었다. 신흥국 하이일드 회사채의 신용등급 상·하향 비율(신용등급 상향 조정 기업 수를 하향 조정 기업 수로 나눈 것)이 10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하는 등 신흥국 기업의 신용도는 몇 년간 눈에 띄게 개선되었다.   채권 투자에서는 이러한 글로벌·신흥국 차원의 변화에 더해 국가별 특수성 파악이 필수적이다. 각국의 통화완화 속도와 글로벌 무역관계 변화에 따른 영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크리스티 탠 / 프랭클린템플턴 투자전략가마켓 나우 글로벌 금리 글로벌 채권시장 채권 투자 금리 인하

2025-03-12

[마켓 나우] 소비자·유권자가 알아야 할 ‘관세 이야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후 서둘러 관세 부과에 나섰다. 관세는 다른 세금과 마찬가지로 경제를 왜곡하고 성장 속도를 늦춘다. 관세는 경제적 ‘사실’이자 정치적 목적을 지닌 ‘이야기’다.   관세의 언어에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미국이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한다는 말은 마치 중국이 관세라는 세금을 부담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실제 부담은 소비자 몫이다.   관세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영향 역시 종종 과장된다. 관세는 어느 나라에 수입 상품이 도착할 때 부과되는 판매세의 일종이다. 예를 들어, 중국산 TV에 20%의 관세가 붙는다고 하자. 이 세금은 항구에서 책정된 수입 가격에 적용된다. 하지만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하는 비용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운송비·광고비·창고보관료·유통마진이 추가된다. 이들 추가 비용은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니다. 따라서 20%의 관세가 소비자 가격을 20% 올리는 것은 아니다. 최종적으로 소비자가 체감하는 가격 상승 폭은 약 8%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 3주 동안 네 가지 관세를 제안했다. 대상은 콜롬비아·멕시코·캐나다에서 수입하는 제품과 800달러 미만의 저가 수입품이었다. 그러나 이 조치들은 빠르게 철회되었다. 해당 관세들이 시행되었다면, 소비자들은 즉시 가격 상승을 실감했을 것이다. 콜롬비아산 커피, 멕시코산 과일과 채소, 캐나다산 프로판 가스의 가격이 갑자기 올랐다면, 즉각 그 변화를 알아차렸을 것이다.   중국 온라인 쇼핑몰 테무(Temu)도 마찬가지다. 만약 테무에서 구매한 모든 제품에 추가 세금이 붙는다면, 소비자는 결국 자신이 관세 부담을 지고 있음을 깨달았을 것이다. 또 관세가 물가를 올린다는 사실도 빠르게 실감했을 것이다.   반면, 철강이나 알루미늄 같은 원자재에 물리는 관세는 상황이 다르다. 소비자가 영향을 직접적·즉각적으로 느끼기 어렵다. 원자재 단계에서 부과되기 때문이다. 소비자는 자신이 관세를 부담한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이런 관세는 더 오랫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   관세로 인한 비용 부담은 널리 분산되는 반면, 혜택은 특정 산업이나 그룹에 집중된다. 그 결과 피해 정도가 과소평가되기 쉽다. 예를 들어, 관세 덕분에 일부 철강 노동자들의 고용이 안정되면, 이는 신문·방송 매체에 좋은 뉴스거리다. 반면, 자동차 가격이 200달러 오르는 것은 선정성이 약하기 때문에 크게 주목받지 못한다. 경제적으로는 분명 중요한 가격 인상이지만, 정치적으로는 강력한 스토리가 아니다. 폴 도너번 /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소비자 유권자 관세 부과 소비자 물가 관세 덕분

2025-02-26

[마켓 나우] 세계는 불확실, 아시아 투자 시장은 유망

과거 사례를 보면, 관세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대체로 일시적이었다. 2018년 미·중 무역 갈등 당시에도 금리와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되었지만, 트럼프 행정부 2기에는 관세 정책의 영향이 다양한 자산군에 분산되어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제한될 수 있다. 또한 각국이 보복 조치를 준비함에 따라, 미국 역시 관세 정책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따라서 관세 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응 역시 과거보다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불확실한 현 상황을 고려할 때,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국제적 긴장 완화다. 단기적으로는 관세로 인한 금리 상승 가능성에 대비해 매도 전략이 유효하며, 긴장 완화의 조짐이 보일 경우 매수 전략으로 전환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트럼프 2기의 정책 변화 속도가 첫 임기보다 빠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시장 변화를 신속하게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 제시한 ‘3-3-3 플랜’으로 미 행정부의 경제 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2028년까지 재정적자를 GDP의 3%로 축소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GDP 성장률을 3%까지 끌어올리며, 원유 생산량을 일일 300만 배럴 증산한다는 이 계획이 실현되면, 금리와 물가 상승이 억제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금리 상승 우려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금리 완화 신호가 나타날 경우 적극적인 매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여전히 여러 불확실성에 직면한 가운데, 정부의 통화정책이 경제 안정의 핵심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이 4.4~4.5% 수준으로 예상하는 202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달성하려면 내수 시장 활성화와 소비자 신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   이처럼 글로벌 변동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도, 아시아 시장은 여전히 중요한 투자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작년 미국의 대형 기술주들이 강세를 보였지만, 일부 아시아 시장의 성과는 이를 넘어섰다. 모건스탠리 자료에 따르면, 한국·중국·인도·대만 기업 중 20~25%가 2024년 7개 빅테크 기업 ‘매그니피센트7’을 초과하는 성과를 올렸다. 특히 대만과 싱가포르 시장이 이룩한 성과가 두드러졌다. 2025년에도 일본 중·소형주와 특정 아세안(ASEAN) 시장에서 랠리가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높은 테마를 보유한 시장이 더 큰 성장 잠재력을 드러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관세의 영향을 덜 받는 국가와 경제 구조 변화에 빠르게 적응하는 시장이 두드러진 성과를 기록할 전망이 밝다. 글로벌 경제 흐름을 면밀히 살피며, 아시아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는 것이 성공적인 투자의 지름길이다. 비스 나야르 / 이스트스프링 최고투자책임자(CIO)마켓 나우 불확실 아시아 아시아 시장 시장 변화 내수 시장

2025-02-23

[마켓 나우] 지금 원·달러 환율이 ‘뉴노멀’?

현재 1460원에 달하는 원·달러 환율은 외환위기나 리먼사태 등 경제위기를 제외하고는 볼 수 없는 높은 수준이다. 환율이 머지않아 2021년, 2022년처럼 달러당 1100원대나 1200원대로 안정되리라는 전망이 공감을 사는 이유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환율이 드라마틱하게 낮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의 한국 경제는 2020년대 초반과 비교해도 여러 면에서 다르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크게 미국경제 호조로 인한 달러화 강세와 한국 내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4년 평균 원·달러 환율은 1364원으로 2021년, 2022년에 비해 각각 19.2%, 5.6% 절하됐는데, 인덱스로 측정한 달러화는 2021년, 2022년에 비해 각각 9.0%, 2.1% 절상됐다. 국내 요인으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분이 2021년 대비 10.2%, 2022년 대비 3.5% 남짓함을 말해준다.   한국 내 요인은 한·미 금리격차를 제외하면 구조적 변화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한국경제의 역동성이 지속해서 약화돼 잠재성장률 1%대의 늙은 경제로 추락했다. 중국의 전방위적 추격에 산업경쟁력이 포박당해 메모리반도체조차 수익이 급감했다. 글로벌화 쇠퇴로 세계교역이 둔화하면서 수출 한국이 힘쓸 공간이 줄어들고 있는 데다 계엄사태로 인해 개도국 낙인이 찍힐 가능성마저 커졌다.   경제적 관계를 통계적 방법으로 분석하는 계량경제학에서는, 이러한 구조 변화를 국면전환이나 체계변환 등으로 번역할 수 있는 ‘레짐 스위칭(regime switching)’이라는 개념으로 설명·분석한다. 즉, 중요한 경제 구조가 변화하면 이를 분석·전망에 반영해야 한다는 뜻이다.   위에서 본 한국경제를 둘러싼 몇 가지 구조변화가 단기간 내에 과거 모습으로 돌아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렇게 본다면 원화환율이 점차 아래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해도 하락의 속도와 레벨은 일반적 예상과 다를 수 있다. 다시 말하면 과거의 틀로 한국경제를 설명하고 그러한 차원에서 원화 환율이 2020년대 초반 수준으로 되돌아가리라고 전망하는 것은 적절하다고 보기 어렵다. 위의 분석을 기계적으로 대입하면 한국 내 요인을 뺀 대외요인, 즉 달러화 강세로 인한 상승분만큼만 하락할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한국 경제에서 레짐 스위칭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언제 있었는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어쩌면 시간이 꽤 지난 다음에나 판단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다. 환율이 다시 큰 폭 떨어지리라는 전제하에 의사결정을 하면 곤란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금융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은 이용 가능한 모든 정보가 반영된 결과물이다. 신민영 / 홍익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마켓 나우 뉴노멀 환율 환율 급등 원화 환율 한국 경제

2025-01-22

[마켓 나우] 버킨백 싸움 뛰어든 지재권 변호사들

미국 MZ세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원조 월마트가 내놓은 워킨백에 열광하고 있다. 구매 인증샷을 SNS에 자랑스럽게 올리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에르메스 버킨백(Birkin bag)을 연상시키는 워킨백(Wirkin bag)은 ‘월마트 버킨백’ 혹은 ‘노동자 계급의 버킨백(working class Birkin bag)’을 의미한다. 명품 가방의 대명사인 에르메스 버킨백은 제품 종류나 등급에 따라 개당 1500만원에서 2억원 사이를 호가하는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워킨백은 10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외부는 소가죽, 내부는 합성 소재다.   원래 버킨백 판매정책의 성격이 ‘갑질’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었다. 다른 에르메스 제품에 대한 일정 액수 이상의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에게만 버킨백을 판매하는 게 비공식 관행이다. 또 ‘비싸야 더 잘 팔린다’는 식의 배짱 영업으로 비판이 일었다. MZ세대가 거부감을 ‘반발성 가치소비’로 표출한 결과가 이번 워킨백 ‘대란’이다.   워킨백을 둘러싼 논란은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에르메스 대(對) 월마트·MZ세대’라는 대결 구도를 흔들며 유럽과 미국의 지식재산권 변호사들이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극소수 상류층 대 일반 대중, 하이엔드 제품 대 실속 제품, 과시소비 대 가치소비라는 구도가 법의 등장으로 더 복잡해졌다.   법률 시장에서는 종종 유럽과 미국이라는 두 대륙 지재권 변호사들의 법리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유럽 변호사들은 전통적인 ‘상표권 침해 여부’ 공방으로 몰고 가고자 할 것이다. 미국 변호사들은 ‘상표권 침해 여부’와 무관하다고 본다. 그들이 보기엔 상표권 침해를 입증하려면, 특정 상표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에 ‘혼동(confusing)’이나 ‘오해(misleading)’를 일으킬 목적성·고의성이 광고나 구매유도 행태에서 발견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워킨백 문화 현상에서 월마트는 명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것은 에르메스 제품이 아니고 내부 재질이 소가죽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더구나 MZ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에르메스가 아니라 월마트 제품임을 인증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제품 선택에서 ‘혼동’이나 ‘오해’ 여지가 없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번 충돌은, 미국 제3항소법원이 2020년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준, 빼빼로와 일본 글리코의 포키 간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외관적 특징)’ 권리 침해 소송 이후에 가장 주목받는 지재권 쟁점이다. 또 지갑을 여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귀추가 주목된다. 심재훈 /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카이스트 겸직 교수마켓 나우 버킨백 지재권 에르메스 버킨백 월마트 버킨백 버킨백 판매정책

2025-01-15

[마켓 나우] 올해도 경제를 흔드는 최대 위협은 정치

2024년, 선진국 경제는 무난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나은 한 해를 보냈다. 연초의 비관론은 빗나갔다.   2025년은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물가 불안은 여전하지만, 대부분 나라의 경제에서 소비자 소득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저축 수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게다가 유연 근무제 확산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증가하면서, 근로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의 수입량은 2019년 수준을 여전히 밑돈다. 미국의 수입량은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훨씬 더디다. 사람들은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는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소비 지출과 투자 흐름은 선진국의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더 큰 취약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전반적인 경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치는 걸림돌이다.   정치 리스크는 세 가지다. 첫째, 경제 민족주의가 글로벌 무역을 위협한다. 관세나 금수조치 같은 정책은 가격과 수요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관세를 경고하자 기업과 소비자들이 2024년에 구매를 앞당겼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24년 세탁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2025년 또다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는다. 결국, 관세 위협은 2025년 성장세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치적 양극화다. 정치의 영향으로 경제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현실과 점점 더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소비자 심리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경제 지표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 경제 데이터의 품질이 떨어지면,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결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전반적인 불확실성이다. 일부 정치인은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 스타일의 효용을 강조하지만, 경제에서 불확실성은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무역 제한이나 부품 공급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 고용된 사람들이나 복지 수혜자들은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을 염려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학자들이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이상 세계가 있다면, 올해도 경제는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긍정적인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주요 변수는 정치적 리스크다.  폴 도너번 /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경제 위협 경제 성장 선진국 경제 경제 민족주의

2025-01-15

[마켓 나우] 버킨백 싸움에 뛰어든 지재권 변호사들

미국 MZ세대 소비자들이 대형마트의 원조 월마트가 내놓은 워킨백에 열광하고 있다. 구매 인증샷을 SNS에 자랑스럽게 올리는 문화가 급속도로 확산 중이다.   에르메스 버킨백(Birkin bag·사진 오른쪽)을 연상시키는 워킨백(Wirkin bag)은 ‘월마트 버킨백’ 혹은 ‘노동자 계급의 버킨백(working class Birkin bag)’을 의미한다. 명품 가방의 대명사인 에르메스 버킨백은 제품 종류나 등급에 따라 개당 1만 달러에서 200만 달러 사이를 호가하는 가격으로도 유명하다. 워킨백은 100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이다. 외부는 소가죽, 내부는 합성 소재다.   원래 버킨백 판매정책의 성격이 ‘갑질’에 가깝다는 비판도 있었다. 다른 에르메스 제품에 대한 일정 액수 이상의 구매 이력이 있는 소비자에게만 버킨백을 판매하는 게 비공식 관행이다. 또 ‘비싸야 더 잘 팔린다’는 식의 배짱 영업으로 비판이 일었다. MZ세대가 거부감을 ‘반발성 가치소비’로 표출한 결과가 이번 워킨백 ‘대란’이다.   워킨백을 둘러싼 논란은 확전 양상을 띠고 있다. ‘에르메스 대(對) 월마트·MZ세대’라는 대결 구도를 흔들며 유럽과 미국의 지식재산권 변호사들이 참전을 선언한 것이다. 극소수 상류층 대 일반 대중, 하이엔드 제품 대 실속 제품, 과시소비 대 가치소비라는 구도가 법의 등장으로 더 복잡해졌다.   법률 시장에서는 종종 유럽과 미국이라는 두 대륙 지재권 변호사들의 법리 경쟁이 관전 포인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유럽 변호사들은 전통적인 ‘상표권 침해 여부’ 공방으로 몰고 가고자 할 것이다.     미국 변호사들은 ‘상표권 침해 여부’와 무관하다고 본다. 그들이 보기엔 상표권 침해를 입증하려면, 특정 상표나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과 선택에 ‘혼동(confusing)’이나 ‘오해(misleading)’를 일으킬 목적성·고의성이 광고나 구매유도 행태에서 발견돼야 한다.     하지만 이번 워킨백 문화 현상에서 월마트는 명시적으로 그리고 적극적으로 ‘이것은 에르메스 제품이 아니고 내부 재질이 소가죽이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따라서 상표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더구나 MZ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제품이 에르메스가 아니라 월마트 제품임을 인증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며 제품 선택에서 ‘혼동’이나 ‘오해’ 여지가 없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이번 충돌은, 미국 제3항소법원이 2020년 롯데제과의 손을 들어준, 빼빼로와 일본 글리코의 포키 간의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외관적 특징)’ 권리 침해 소송 이후에 가장 주목받는 지재권 쟁점이다. 또 지갑을 여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다. 귀추가 주목된다.     심재훈 / 법무법인 혜명 외국 변호사마켓 나우 버킨백 지재권 에르메스 버킨백 월마트 버킨백 버킨백 판매정책

2025-01-12

[마켓 나우] 올해도 경제 흔드는 최대 위협은 정치

2024년, 선진국 경제는 무난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예상보다 나은 한 해를 보냈다. 연초의 비관론은 빗나갔다.   2025년은 탄탄한 기반 위에서 출발하고 있다. 물가 불안은 여전하지만, 대부분 나라의 경제에서 소비자 소득이 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저축 수준도 비교적 안정적이다. 게다가 유연 근무제 확산으로 노동 시장의 유연성이 증가하면서, 근로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소비 패턴이 구조적으로 바뀌고 있다. 유럽의 수입량은 2019년 수준을 여전히 밑돈다. 미국의 수입량은 증가했지만 팬데믹 이전과 비교하면 성장 속도가 훨씬 더디다. 사람들은 물건보다는 경험에 돈을 쓰는 방향으로 이동 중이다. 전반적으로 보면, 소비 지출과 투자 흐름은 선진국의 경제 성장을 지속적으로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소비재 수출에 의존하는 국가는 더 큰 취약성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전반적인 경제 전망은 여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정치는 걸림돌이다.   정치 리스크는 세 가지다. 첫째, 경제 민족주의가 글로벌 무역을 위협한다. 관세나 금수조치 같은 정책은 가격과 수요 패턴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트럼프 차기 대통령이 관세를 경고하자 기업과 소비자들이 2024년에 구매를 앞당겼다는 보고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2024년 세탁기를 구매한 소비자는 2025년 또다시 세탁기를 구매하지 않는다. 결국, 관세 위협은 2025년 성장세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둘째, 정치적 양극화다. 정치의 영향으로 경제에 대한 논의가 점점 더 극단적으로 흐르고 있다. 이는 현실과 점점 더 동떨어진 결과를 초래한다. 예컨대 소비자 심리 조사를 바탕으로 한 경제 지표의 신뢰성을 약화시킨다. 경제 데이터의 품질이 떨어지면, 이를 기반으로 한 정책 결정에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진다.   셋째, 전반적인 불확실성이다. 일부 정치인은 예측 불가능한 리더십 스타일의 효용을 강조하지만, 경제에서 불확실성은 대체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업들은 무역 제한이나 부품 공급 가능성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연기할 수 있다. 또한, 정부에 고용된 사람들이나 복지 수혜자들은 재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들 것을 염려할 수 있다. 이러한 불확실성은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고, 이는 결국 경제 성장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초래한다.   경제학자들이 모든 변수를 통제하는 이상 세계가 있다면, 올해도 경제는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그런 긍정적인 전망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주요 변수는 정치적 리스크다. 폴 도너번 /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마켓 나우 경제 위협 경제 성장 선진국 경제 경제 민족주의

2025-01-09

[마켓 나우] 멀티에셋과 배당주로 불확실성 돌파하라

투자 환경이 갈수록 복잡하다. 2025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정책 불확실성과 지정학적 갈등 때문에 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유연성 향상을 통한 전략적 리스크 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전략을 포트폴리오에 결합하고 리스크를 분산하는 것이 필요한데, 대표적인 방법이 멀티에셋(multi-asset, 다중자산) 포트폴리오의 구축이다.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는 주식·채권·부동산·금·원자재 등 다양한 자산군에 투자하여 구성된다.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는 배당 수익과 저변동성 전략을 결합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면서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과거에는 주식과 채권의 마이너스 상관관계가 멀티에셋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즉, 주식이 오르면 채권이 내리고, 반대로 주식이 내리면 채권이 올랐다. 하지만 2021년부터 급등한 인플레이션은 이 구조를 붕괴시켰고, 시장은 전례 없는 변동성을 겪었다. 현재 인플레이션은 조금씩 안정세를 보이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기존의 투자 방식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따라서 멀티에셋 포트폴리오에 배당주를 포함시키는 전략이 점점 더 주목받고 있다. 배당주는 시장이 하락할 때 든든한 완충 역할을 한다. 특히 아시아 기업들은 강력한 현금 흐름과 충분한 재무적 여력을 바탕으로 배당확대나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주 수익률을 증가시키고 있다. 이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주주 가치를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아시아 기업들은 경기 사이클 전반에 걸쳐 안정적인 주주 환원 정책을 지속해서 유지하며 투자자들에게 일관된 수익원을 제공한다.   가격 변동이 적은 주식에 투자하는 ‘저변동성 전략’ 역시 중요하다. 저변동성 전략은,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발생하면 큰 충격을 주는 ‘테일 리스크’가 현실화됐을 때, 투자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어적 전략이다. 2001년부터 2024년까지 MSCI 아시아 태평양(일본 제외) 지수를 분석한 결과, 저변동성 전략은 어려운 시장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과를 기록했다.   시장 불안정성이 지속되는 상황일수록 다양한 자산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상황에 따라 기민하게 조정하는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다. 2025년까지 이어지는 불확실성 속에서도 멀티에셋 포트폴리오는 중요한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아시아 시장의 배당주와 저변동성 전략을 활용한 포트폴리오는 시장 급변에 대응하며 지속 가능한 수익을 제시할 것이다. 크레이그 벨 / 이스트스프링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솔루션 책임자마켓 나우 멀티에셋 불확실성 멀티에셋 포트폴리오 시장 불확실성 저변동성 전략

2025-01-01

[마켓 나우] 일본은행, 신중함과 소통 방식이 문제다

미국 경제가 2025년에 다른 나라나 경제권보다 더 좋은 성과를 낼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달러의 장기적인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트럼프 2.0 정부가 더 공격적인 경제 정책을 펼친다면 달러의 가치는 더욱 상승한다고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 정책에는 대규모 재정 지출 확대, 관세 인상, 그리고 이민 규제 강화가 포함될 수 있다. 그런 조치는 통화정책 완화의 속도를 늦추고, 채권 수익률 상승을 유발할 것이다.   2025년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가 일본은행의 금리 결정에서 중요한 고려사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를 억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수입 비용 증가가 현재의 임금 상승을 기반으로 한 인플레이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명목 임금은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실질 소득의 더딘 증가와 소비 둔화로 인해 전체적인 물가 상승률이 낮아질 위험이 있다.   엔화 약세 우려에도 일본은행은 12월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0.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임금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흐름을 더 확실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추가 데이터를 기다릴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임금 상승 덕분에 2% 인플레이션 목표에 가까워지고 있다.   통상적인 상황이라면 일본은행의 이러한 신중한 ‘데이터 의존적’ 접근법을 비판하기 어렵다. 하지만 다가오는 엔화 매도 압력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면, 일본은행은 정책 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더 빠르게 금리를 인상했어야 한다.   12월 회의 이후 시장은 일본은행의 결정을 금리 인상 의지 약화의 신호로 해석했다. 그 결과 엔화 가치는 더욱 하락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여전히 일본은행이 1월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일각에서는 일본은행이 그 신중성으로 인해 3월까지 기다릴 가능성을 제기한다.   일본은행의 혼란스러운 소통 방식이 이러한 추측에 불을 지피고 시장의 불안을 키우고 있다. 우에다 가즈오(植田和男) 총재는 11월 말에 “경제 데이터가 궤도에 올라서 다음 금리 인상이 가까워지고 있다”고 언급했지만, 이후 일본은행의 태도가 왜 갑자기 비둘기파적으로 변했는지는 명확히 설명되지 않았다.   만약 일본은행이 1월에 금리 인상을 미룬다면, 시장은 일본은행이 정책 금리를 결국 1%에 도달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엔화 가치의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은행은 엔화 약세에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빠지기 전에, 선제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나가이 시게토 / 옥스퍼드 이코노믹스 일본 대표·전 일본은행 국제국장마켓 나우 일본 은행 소통 방식 금리 인상 엔화 약세

2024-12-30

[마켓 나우] 준연착륙 예상되는 미국 경제

미국과 세계 경제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역사적인 금리 인상이라는 난기류를 지나 착륙 단계다.   경착륙(경기침체)·연착륙(완만한 경제 둔화)·무착륙(성장 유지) 중에서 무엇이 결말인지는 아직 지켜봐야 한다.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률과 전반적으로 완화된 인플레이션 덕분에 연착륙에 가까운 ‘준연착륙’이 예상된다. 하지만 경착륙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다. 다양한 경제 착륙 시나리오들을 고려해 채권·부동산·인프라·지방채·소형주 등 주요 자산군의 투자 트렌드를 살펴보자.     공모채권과 사모채권의 수익률은 안전한 기본 금리보다도 개별 채권의 신용등급과 이들 사이의 이자율 차이에 더 큰 영향을 받을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들이 완화 기조로 전환했지만, 금리 인하 속도는 더디고 최종 금리 수준은 예상보다 높을 것이다. 연준이 지속적인 인플레이션과 완화적 재정정책에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2025년 말 연방기금금리는 3.75~4%,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4.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시장은 이미 바닥을 찍었다. 2025년 전망에서 가장 주목할 변화 중 하나는 사모 부동산의 비중 확대다. 전 세계적 금리 인상이 대부분 마무리 단계라는 점은 사모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이다. 오피스 부문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산업 및 대체 부동산 등 다른 부동산 시장에는 충분한 기회가 있다.   에너지 수요가 저장 용량을 앞서가면서 새로운 인프라 투자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AI 열풍에 힘입어 에너지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에너지 생산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의 태양광·풍력 등 녹색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원자력 에너지, 새로운 지역 전력 송전 시설, 천연가스 관련 투자,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대한 수요 역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채는 장기 투자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지방채의 금리 변화 폭이 미 국채보다 크고, 신용 상태도 안정적이다. 그래서 만기가 긴 지방채를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하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소형주는 새로운 도약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2기라는 새 정치 지형은 법인세율 인하, 규제 완화, 그리고 보호무역주의 정책 강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추세는 새로운 자본 투자 사이클을 유발해 미국 소형주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투자자가 성공적인 투자라는 비행의 종착지에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비행의 리스크와 잠재적 보상요소 양쪽에 주의해야 한다. 사이라 말릭 / 누빈 최고투자책임자마켓 나우 미국 준연착륙 세계 경제 경제 착륙 경제 둔화

2024-12-25

[마켓 나우] 미 관세정책 바뀌면 아세안 유망해진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확장적 재정 정책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아시아 신흥시장을 재편하며 투자 기회를 만들고 있다.   공화당의 승리에 따른 정치적 변화는 글로벌 무역 시장에 긴장감을 불어넣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의 무역 비용 증가 때문에 중국과 멕시코를 비롯한 나라의 경제 성장을 둔화시키거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아진 탓이다. 미국 정부의 확장적 재정 정책이 단기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활력을 줄 수 있지만, 동시에 높은 금리와 강한 달러가 신흥시장에서 자금 유출 압박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도 아시아 신흥시장은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해 줄 수 있다. 특히 베트남·태국 등의 아세안과 인도 등이 유망하다. 이들은 ‘차이나 플러스 원’, 즉 중국 외에 추가로 한 국가를 생산기지나 투자처로 선택하는 공급망 전략의 중심지로 떠올랐다.   2024년 기준 아세안과 중국 간 무역은 전년 대비 8.1% 증가하며 지역 내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이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세안-중국 자유무역협정(FTA 3.0)과 같은 협정의 효과 덕분에 디지털 경제, 청정에너지, 기후 변화 대응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협력이 강화된 결과다.   특히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탄탄한 내수 경제를 바탕으로 관세 정책 변화 속에서도 안정성을 유지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양국 경제는 세계 시장의 변동 속에서도 적응력이 뛰어나다. 한편, 중국은 주요 산업에서 경쟁력을 활용해 수출 시장을 다변화함으로써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 저하와 부동산 경기의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중국 주식시장이 오랫동안 저평가됐기 때문에 가치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기회를 제시할 여지가 있다.   아시아 시장에서 이 시기는 분산 투자와 리스크 관리가 제일 중요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은 단기적인 혼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줄 수 있다. 고품질 아시아 채권은 높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바탕으로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 중이다. 특히 아세안과 인도의 성장 잠재력에 기반을 둔 장기 투자 전략은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할 가능성이 높은 선택지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는 아시아 신흥시장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 도전과 기회를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는 지역 간 통합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시장 변동을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투자자들은 변화하는 경제 환경을 신중히 분석하고 안정성과 수익성을 모두 고려한 전략을 취할 때 만족할 만한 투자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크레이그 벨 / 이스트스프링 멀티 에셋 포트폴리오 솔루션 책임자마켓 나우 관세정책 아세안 아시아 신흥시장 기준 아세안 글로벌 금융시장

2024-12-01

[마켓 나우] 트럼프 1기 때처럼 2기에도 동남아가 뜰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제47대 대통령으로 돌아온다. 그는 승리 연설에서 “전례 없는 강력한 위임”을 자신했다.   미국 우선주의를 표방하는 그는 대(對)아시아 관계에서 바이든 정부와 차별성을 보일 전망이다. 다만 공통점은 중국을 견제하는 디커플링 정책의 유지와, 미·아세안 관계에 대한 장기적 비전이나 적극적인 노력의 부재다. 바이든 정부에서 아세안이 인도·태평양 전략의 하부에 놓였다면, 개별국가와 양자거래를 중시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아세안의 상대적 비중은 더욱 축소될 것이다. 반면 미국 대외정책에서 중국 주목도는 늘어날 것이다. 중국은 동북아뿐만 아니라 동남아 각국 경제, 그리고 남중국해 분쟁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트럼프 1기의 미·중 대립은 아세안에 기회였다. 중국에 대한 25% 관세와 통상 압박으로 기업들은 동남아로 발걸음을 돌렸고, 아세안은 중국을 대체하는 생산기지로 부상했다. 인텔과 마이크론의 말레이시아 투자확대, 애플 제조사 폭스콘의 베트남 진출이 상징적 사례다.   아세안이 생산기지로 부상하면서 대 미국 교역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제1 교역파트너인 중국과 교역이 더욱 많이 늘어났다. 중간재를 중국에서 수입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국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동남아로 진입하고 있다. 해외 시장 확대와 미국 시장을 노린 우회경로 확보가 주된 목적이다.   2기 트럼프는 더 과감한 카드를 준비했다. 중국 제품에 6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폐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중국 연관 공급망에 대한 전방위적 조사까지 예고했다. 미·중 갈등의 격화 전망에 동남아 국가들의 속내는 복잡미묘하다. 중국·멕시코에 이어 대미 무역흑자 3위인 베트남은 기회가 찾아오겠지만, 트럼프의 표적이 될 수도 있다. 세계 니켈 매장량 1위 인도네시아는 미국과 핵심 광물 FTA를 맺으려 하지만, 이미 깊숙이 침투한 중국의 대규모 투자가 걸림돌이 될 것이다. 남중국해 문제로 미국과 협력하고 있는 필리핀도 트럼프의 청구서를 받게 될지 모른다. 물론 이런 이슈들은 지금 중동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더 시급하고 중차대한 현안에 가려져 있다.   아세안의 기본 노선은 중간자 외교다.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될수록 이들의 중립적 입장은 오히려 더 매력적인 대안이 되어왔다. 트럼프 2.0은 아세안에 도전이 되겠지만, 역설적으로 대 중국 강경책은 이 지역에 한 번 더 기회의 창을 열어줄 수 있다. 한층 더 커진 트럼프의 예측 불가능성이 가장 예측 가능한 결과를 만들어낼 지도 모른다. 전략적 모호성으로 무장한 안전지대, 아세안의 부상이다. 고영경 /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마켓 나우 동남아가 트럼프 트럼프 정부 도널드 트럼프 트럼프 1기

2024-11-18

[마켓 나우] 글로벌 경제, 연말까지 연착륙 성공할까

우리의 세계 경제 전망은 인플레이션의 점진적인 완화, 더욱 광범위한 통화정책 완화, 그리고 이 둘에 따른 연착륙 가능성에 계속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제 분석은 중동 분쟁 확대 같은 지정학적 전개와 미국 선거 이후의 정책 변화 등 다양한 리스크 때문에 한계가 있다. 중국의 재정 부양책은 세계 경제 성장을 저해하는 주요 위험을 줄일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취할 조치들의 규모와 일정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는데, 가계지출보다는 공공투자에 중점을 두는 것으로 보인다.   선물 시장에서는 미국의 단기 금리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느려질 것으로 본다. 10월 중순 현재, 시장은 내년 1월까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약 0.65%포인트의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는 9월 중순에 첫 금리 인하 직후 1%포인트 이상을 기대했던 것에 비해 줄어든 수치이다. 선물 시장은 유럽중앙은행(ECB)도 비슷한 수준의 완화를 시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러한 시장 전망은 합리적으로 보인다.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의 기본 시나리오 역시 두 중앙은행이 연말까지 각각 0.25%포인트씩 두 차례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본다. 연준의 완화 사이클이 예상대로 과감하게 시작되면서 정책금리가 광범위하게 인하됐지만 인플레이션율, 노동시장 상황 등의 차이로 인해 통화정책 전망은 균일하지 않다. 특히, 긴축을 유지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인 브라질에선 연말까지 추가 금리인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S&P글로벌의 구매관리자지수(PMI, 제조업·서비스업의 경기 상황을 나타내는 지표) 데이터에 따르면 제조업 부문의 전망은 악화일로다. 제조업의 약세가 더 광범위하고 장기화될수록 다른 분야로 악영향이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 다만, 서비스 부문 PMI에 미치는 영향은 지금까지 다행히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글로벌 PMI의 종합 생산지수는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상품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전체적인 물가 신호는 혼조세를 보이고 있다. 다양한 지표들은 앞으로도 상품 가격 압력이 약세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지표에는 S&P글로벌의 PMI와 중국 본토의 지속적인 생산자 물가 디플레이션이 포함된다. 그러나 중동 정세로 원유 가격이 반등했으며, 서비스 인플레이션율은 전반적으로 팬데믹 시기의 최고치보다는 낮아도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대체로 점진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10월 업데이트에서 2025년 글로벌 소비자물가 전망치를 3.2%로 약간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주로 북미의 하향 조정을 반영한 것이다. 켄 왓렛 / S&P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 글로벌경제 담당 부사장마켓 나우 글로벌 연착륙 연착륙 가능성 인플레이션율 노동시장 세계 경제

2024-11-11

[마켓 나우] 동남아 시장에서 속단은 금물, 문제는 전략

배달의민족과 고젝이 베트남을 떠난다. 고젝은 인도네시아 최초의 유니콘 기업이다. 그랩·티키 등 동남아 대형 플랫폼에 투자한 국내 투자자들이 기업가치 하락에 속앓이 중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그랩은 주가가 70% 가까이, 고투그룹은 80% 이상 폭락했다.   동남아 ‘온라인 투 오프라인’(O2O) 플랫폼 기업들은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성으로 고전한다. 배민과 고젝은 슈퍼앱 그랩과 경쟁에서 패했고, 그랩 역시 일부 지역에서만 흑자일 뿐 적자다. 이커머스 시장도 비슷하다. 싱가포르 1위였던 큐텐은 쇼피와 라자다의 공세에 흔들리며 무리한 확장으로 정산지연 사태의 주범이 됐다. 고투그룹은 손실을 못 견디고 토코페디아 지분 70%를 중국 틱톡샵에 넘겼다.   일부 기업이 허덕여도 ‘동남아에는 비즈니스 기회가 없다’는 속단은 금물이다. 전체 디지털 경제는 어느 지역보다 성장이 빠르며, O2O 플랫폼 외에도 소셜커머스·헬스케어·푸드테크·그린테크에서 기회가 창출되고 있다.   올해 한국의 고피자에 ‘태국의 삼성’으로 불리는 CP그룹이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CP그룹은 식품·유통·통신 등 사업 분야가 다양한 1위 그룹이다. 양사 협력은 글로벌 시장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바이오연료 스타트업 리피드도 주목받고 있다. 리피드는 베트남에서 폐식용유를 수거해 지속가능항공유(SAF)로 정제하고, 이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한 종합 솔루션을 제공한다. 이미 380여 개 글로벌 기업을 고객으로 확보한 리피드는 기후위기 대응으로 인한 SAF 수요 급증과 전 세계 폐식용유의 70%가 아시아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   아세안 지역 내 데이터센터와 인공지능(AI) 투자도 급팽창하고 있다. 디지털 산업의 빠른 성장과 각국의 데이터 주권 보호 강화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기 때문이다. 아마존·구글·메타·마이크로소프트·오라클 등 주요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동남아에서 데이터센터 투자를 진행 중이며, 여기에 중국의 알리바바와 화웨이, 일본 텔레하우스, 호주 넥스트DC도 가세했다. 향후 3~5년 안에 데이터센터는 두 배 이상 증가가 예상되며, 이에 따라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친환경 전력 수요도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승자독식 구조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 실패했다고 아세안 시장을 평가절하하고 돌아서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더 정교한 전략을 수립하고, 동남아의 신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발굴해야 한다. 실패는 시장이 아닌 전략의 문제다. 최적의 파트너와 협력하고 명확한 솔루션으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고피자·리피드처럼. 고영경 /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마켓 나우 동남아 시장 글로벌 시장 데이터센터 수요 동남아 대형

2024-10-21

[마켓 나우] 뜻대로 안 되는 미국의 대중국 기술 봉쇄

미국은 왜 중국 반도체에 기술봉쇄를 시도했을까? 경제사학자 크리스 밀러의 『칩워』(2022)에 따르면, ‘병목기술’(전체의 성능을 제한하는 기술)을 통제하면 기술개발 저지가 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이 주장을 검증할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됐다.   중국 화웨이는 스마트폰 메이트60에 7nm 칩을 장착하고 위성통신 기능까지 추가했다. 중국 파운드리 SMIC의 매출은 3년째 20% 이상 성장 중이다. 메모리 기업들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으며, 장비 부문에서도 매출이 1조원을 넘는 기업이 등장했다. 화웨이의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어센드910C를 출시해 AI 칩 시장에서 엔비디아에 도전한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봉쇄 전략은 실패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궁하면 통한다(窮則通)’라고 하지 않는가. 기술에는 한가지 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대안기술 중 하나가 선택되면 더 많은 세부 기술이 함께 개발되면서 주력 기술이 된다. 만약 ‘강제적’으로 대안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다른 보조 기술이 함께 발전하면서 또 다른 주력 기술이 개발될 수 있다.   예컨대 기술봉쇄의 최후의 보루로 네덜란드 기업 ASML의 EUV(극자외선) 노광장비가 있다고 보고 있지만, 중국은 EUV보다 더 짧은 파장의 빛을 만들 수 있는 방사광가속기를 사용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방사광가속기를 쓰려면 광원 활용 방법, 감광 물질, 노광 시스템 등 개발이 필요한 기술이 한둘이 아니다. 그래서 방사광가속기로 EUV를 대체한다는 생각은 어불성설로 여겨졌지만, 봉쇄라는 극한상황은 기술개발 양상을 바꿀 수 있다.   봉쇄의 여파로 중국 반도체가 ‘갈라파고스’(독자적 기술 생태계 구축)가 되건 ‘와칸다’(‘초격차’ 기술 선진국 수준에 도달)가 되건,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에는 득이 될 일이 없다. 당장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소재 산업에 타격이 심각하다. 한편, 일본은 한국에 직접투자를 늘리면서 소부장 시장에 대한 침투력을 강화하고 있어서 한국의 자생력이 약화되고 있다.   미국 정책에서 봉쇄의 이면인 내재화(자체 개발과 생산) 또한 미국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달 인텔의 파운드리 분사 결정은 반도체 내재화 전략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최첨단 반도체 제조를 TSMC나 삼성과 같은 외국기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자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반도체의 글로벌 분업은 부가가치 수준에 따라 저절로 발생한 측면이 있는데, 미국과 중국은 자의든 타의든 자국 이익을 위해 인위적인 변화를 시도했다는 것이 문제다. 이병훈 / 포스텍 반도체공학과 주임교수마켓 나우 미국 중국 기술개발 저지가 기술개발 양상 주력 기술

2024-10-16

[마켓 나우] 미국 주식이 제일 잘나가는 이유

미국 예외주의(exceptionalism)는 미국이 다른 국가와 구별되는 특별한 국가라는 생각이다. 미국이 강력한 리더십으로 세계를 이끄는 최고의 국가라는 우월주의가 일부 포함된 표현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미국 리더십은 여러 차례 위기를 겪었다. 가장 최근엔 2008년 금융위기로 리더의 체면을 구겼지만, 그때를 바닥으로 빠르게 앞서가고 있는 미국 증시는 미국 우월주의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과연 미국 증시의 독주를 이끄는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실적과 기대감의 상승이다. 주식의 투자 수익은 두 가지 요인이 결정한다. 투자 기간에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실적)과 미래에 그 이익이 얼마나 증가할지에 대한 기대감이다. 따라서 투자 수익률은 이익의 증가율에 기대감의 증가율을 더한 것이다. 미국은 이 두 비율이 경쟁국들보다 월등히 높았다. 미국 헤지펀드 브리지워터의 분석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24년 8월까지 미국 S&P500 지수의 이익 증가율은 기타 선진국 지수의 2.4배였고, 기대감을 나타내는 주가순이익비율(PER)의 증가율은 2배였다.   둘째, 테크 섹터의 영향력이다. 미국 증시에서 테크 섹터는 실적과 기대감에서 다른 섹터들을 압도한다. 2024년 2분기 기준 테크 섹터의 전년 동기 대비 이익 증가율은 20%로 S&P500 지수 전체 이익 증가율 11%의 약 2배였다. 또한 테크 섹터의 PER은 29로 S&P500 지수 전체의 PER 21.5를 크게 상회한다. 테크 섹터 주가의 가파른 상승은 S&P500 지수에서 테크 섹터가 차지하는 비중의 확대로 이어져 다시 S&P500 지수를 끌어올리는 선순환을 만들어 냈다. 반면 기타 선진국 지수는 산업재와 유틸리티 같은 올드 이코노미 섹터의 비중이 여전히 커 미국과 격차가 확대될 수밖에 없었다.   셋째, 달러의 강세다. 미 달러화의 강세는 해외 투자금의 미국 행을 가속했다. 2010년부터 현재까지 미국 달러 지수 기준 30% 이상 상승하며 미국 주식에 투자한 해외 투자자들에게 추가 수익을 안겼다.   향후 미국 주식의 상대적 성과는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단기적으론 열세를 보일 수도 있다. 현재 주가에 반영된 실적과 기대감이 장기 평균이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미국의 독주 가능성이 크다. AI가 세상을 변화시킬 혁신적 기술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되면서 미국 테크 기업들은 지난 20여 년간 축적한 막대한 기술과 자금을 AI에 쏟아붓고 있으며 그 혜택은 미국 기업들이 가장 크게 누릴 것이다. 최정혁 /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자산관리학과 교수마켓 나우 미국 주식 이익 증가율 투자 수익률 테크 섹터

2024-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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